제목 [토요단상] 해맞이보다 먼저 자기 맞이2019-08-02 09: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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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항상 일정하게 가고 있다우리는 변함없이 가고 있는 시간에 연말이니 기념일이니 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특별하게 지내려고 한다우리가 그렇게 하든 하지 않든 시간은 어김없이 꼭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시간에는 연말도 없고 연시도 없다그런데 또 연말이 왔다언제와는 다른 연말인가재작년에도 했고 작년에도 했던 회한을 올해도 또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면 다시 한 번 기운이 쭉 빠진다쳇바퀴 같은 삶이구나

이 벗겨질 것 같지 않은 굴레를 매 연말에 와서야 불거지게 느끼는 걸까. “연중에 아무 때라도 이처럼 처절하게 느꼈더라면 무언가 조금은 다르게 살았을 것인데.” 이런 생각마저 처음 하는 것이 아니다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잡히지 않는다종착역이 없는 이 지루한 순환완행열차와 같은 삶의 여정을 뭐 좀 다르게 바꿔볼 전망도 방법도 생각이 안 나고 엄두도 나지 않는다좌절하게 되는 연말에 하는 것이 망년회이고 그래서 정신을 잃도록 마셔대기도 한다

그런 채로 새해를 맞는다매일같이 변함없이 떠오르는 해에게 오늘따라 각별히 소원을 빈다소원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나 수단을 마련할 실제적인 대책도 없이 마음만 돈독히 먹는다몸은 설친 새벽 잠 때문에 벌써 노곤해 오는데삼일에 한 번씩 마음먹으라는 새로운 뜻을 가진 작심삼일을 한두 번 되뇌며 되풀이해 본다그마저 망각 속으로 빨려 들어가 실종되고 역시나 연말에 나타날 회한을 준비하게 된다그리하여 또 한 해가 가는 식으로 살아가는 모양새를 시간 위를 나는 새의 눈으로 내려다보자.

작년과 재작년이 벌써 올해에 와 있는 꼴이 된다바라지 않던 과거의 실패와 회한이 나에게 닥쳐올 올해를 먼저 차지해버린 것이다살아보았댔자 그냥 그 모양 그 꼴일 것이 너무나 뻔하다반복되는 연말 회한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나의 작년이 점령해버린 나의 새해인 것이다반복되는 재작년과 작년의 회한스러운 삶이 반복되는 내용이 되는 것이다그렇게 보면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새해를 살아보지 못한 것이 된다기가 막힐 일이다작년과 재작년과 같은 안 좋은 과거에 점령된 새해를 살면서도 과거에 사로잡혀 눈멀게 살아가는 자기 모습을 깨닫지 못해왔다는 것이다황당해 할 일이다.

누구의 책임인가누구의 책임이긴자기가 허락하지 않고는 자신의 생활 속에서 이렇게 반복될 수가 없다자기가 허락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묵인은 했을 것이다묵인도 안 했다면 자신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심각하게 챙겨주지 않았던 것이다대충대충 살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고 산 것이다남의 탓으로 돌릴 때에 고쳐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남이니까 자신은 변할 필요가 없다그래서 그 모양 그 꼴은 또 반복된다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것은 내 생활에 되풀이해서 반복되지 않는다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풀이해서 나타난다먼저 자신은 변하지 않고 회한스러운 한 해를 살고 연말에는 그 한을 쏟아낸다쏟아내서 비우고 실천 없는 소원을 사용해서 회한의 끈질긴 통을 다시 작년에 의해 오염된 새해 동안 꾸역꾸역 채우는 식이 된다되풀이되는 이러한 모습은 실제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반복되는 회한은 다시 한 번 반복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는 회한 갖기를 싫어한다는 자기기만의 메시지인 것이다

자기기만에서 깨어나야 한다하루하루의 빠듯한 일과에 밀려 자신이 어디로 가는 배인지를 챙기지 않는다면 망망대해 인생길에 커다란 쳇바퀴를 돌며 반복되는 과거의 굴레를 벗기 어려울 것이다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에 소원을 빌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간절히 비는 것이 필요하다제발 새해에는 소원성취에 필요한 실천을 결심하는 작심삼일을 122(3 곱하기 122) 제대로 빼지 않고 해주기를 자신에게 비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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