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토요단상] 잔소리 말고∼ 때리지 말고∼2019-08-02 09: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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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기르려는 부모의 심정은 숭고하기만 하다. 부모는 아이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붓는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게, 보다 아름답고 신속하게, 게다가 적확하여 효과적이며 경제적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그 누구도 아이를 잘 기르려는 부모의 마음에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잘 기르려 마음 먹고 잘 길렀다면 아이들이 다 잘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아이를 잘 기르려는 것이 기르는 사람의 마음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잘 지내기는 하지만,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우울하고 화가 나있고 갈 길을 몰라 헤매거나 심지어 일탈과 범법과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행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유기 방임돼 길러진 경우라면 일탈과 범법이 나름 이해가 가겠지만, 어엿한 가정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 자녀가 왕왕 발생하는 것을 보면 무엇이 잘못되어 그리 되었는지 얼른 알기가 어렵다. 

사람이 신나게 살고 행복해지려면, 그렇게 살 줄 알아야 한다. 행복하게 살려면 행복하게 살아본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즉 어린 시절 행복하게 살아본 사람이 어른이 된 이후에도 확실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주로 불행하게 산 사람은 불행하게 사는 방법은 빠삭하게 알고 있다. 정작 행복하게 살려면 방법을 잘 모르고 서투르고 어색하다. 맘껏 행복하게 살기 보다는 덜 불행하게 사는 것이 고작이다. 

무언가 잘못했을 때 5대씩 맞고 자란 사람은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잘못한 자녀를 안 때리고 용서해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자신의 과거 경험처럼 5대 때리기보다는 기껏 1대 때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되기 쉬운 것이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가 잘못했을 때 아이를 어찌 안 때리고 단디 가르칠 수 있냐?”고 반문한다. 

사랑의 매라 할지라도 매 맞는 것은 아프고 괴로운 일이다. 어느 누구도 맞고 살면서 행복해 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곧잘 아이를 때린다. 많은 부모가 아주 자연스럽게, 익숙하게, 자동적으로, 습관적으로 어떤 경우 확신을 가지고 자녀를 때려 댄다. 많이 때릴수록 맞는 아이는 때리고 맞는 상황이나 이와 연관된 정서를 깊숙이 내면화하게 된다. 매 맞는 것이 내면화되면 편안하고 익숙하게 느껴진다. 익숙해지면 가끔 그 맛을 보고 싶어진다. 익숙한 맛을 못 보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기분에 찝찝하거나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매 맞을 짓을 벌인다.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기가 막히게도 사사건건 매 버는 일을 하게 된다. 

잔소리도 마찬가지다. 잔소리에 푹 젖어서 커온 사람은 잔소리꾼 부모가 되거나 끊임없이 잔소리를 듣는 아내나 남편이 된다. 내면화된 익숙한 환경을 재연해서 즐기는 셈이다. 집에서 잔소리 듣고 매 맞는 것이 반복되면 실감나는 느낌이 줄어들어 성에 차지 않게 된다. “옳다구나!”하고 집 밖에서 잔소리와 매를 버는 행동이 나온다. 동네에서 비난받고, 학교에서 기피 인물이 되거나 심지어 사회에서 격리, 교도소에 수감됨으로써 아예 엄격한 교도소 규칙을 잔소리 대신으로 듣고 매에 해당하는 수감생활이라는 형벌을 받음으로써 불행의 고수가 된다.

때리지 않고 잔소리 않고도 얼마든지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다. 아이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훌륭한 방법이 바로 때리지 않고 잔소리 않고 키우는 것이다. 잔소리하고 때린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방법이 매우 서툴고 자기 기분 풀이하는 식의 저급하고 충동적인 양육방법이다. 그것이 자녀를 잘 키울 줄 모른다는 것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아이가 몰라서 잘못한다고 판단되면 친절하게 꾸준히 잘 가르쳐주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김 영 호 <사>한국가족상담협회 대구가족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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