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토요단상] 엄마는 주유소2019-08-02 09: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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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가정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를 중심으로 들락거리고, 빙빙 돌고, 붙었다가 떨어지거나 다가와서 비비고 간질이거나 울고 웃는다. 엄마가 열 받게 하거나 충격 주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남편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현관에 들어서며 대뜸 “엄마!” 하며 들어오는 것처럼 남편도 아내를 찾으며 들어온다. 단지 “여보!”라 하든가 “누구 엄마!” 또는 “자기야!” 등 다양하게 부르겠지만, 그 마음은 아이와 같이 결국은 “엄마”를 찾는 것이다.

엄마가 집에 있어 멀찌감치에서라도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면 아이의 마음은 순간적으로 안정을 찾는다. 집안이 풍만하고 세상이 꽉 차있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아이는 책가방을 풀고 자신이 할 일을 하며 엄마와 접촉을 계속 가진다.

학교에서 무엇을 하였고 이것들이 어떠한지를 조잘거리며 엄마를 차지하려고 한다. 엄마가 정성껏 해주는 음식을 먹고 엄마와 소통하면서 학교생활 등에서 소모된 에너지를 점점 채워나간다. 다음 날 아침 또다시 힘차게 엄마를 향해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며 집을 나서게 된다. 남편도 집으로 들어서면서 아내의 반가운 응답을 받으면 저절로 신이 난다. 옷걸이에 옷을 걸고 씻은 후 아내에게 다가가서 가사를 돕고 소통을 한다. 자고 나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에너지로 충만하여 힘차게 대문을 나서게 된다. 

만일 엄마를 불렀는데 엄마가 없으면 아이는 순간적으로 허전해진다. 온 집이 텅 비어있고 괴괴하여 힘 빠지고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기껏 냉장고 문을 열어 엄마 대신 채울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고작이다. 공허한 상태에서 공부하기란 매우 어렵다. 게임이나 TV를 트는 정도의 행동으로 빈 마음이 느껴지지 않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아니면 책가방을 집어던지고 밖으로 나가 아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집 밖은 빈집보다 지내기가 낫다고 느낀다. 남편도 아이들과 같다. 엄마인 아내가 집에 있지 않거나, 소모된 에너지가 다시 채워지도록 챙겨주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가기 마련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에너지의 수급이 가능한 대상을 찾아 나서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엄마 없는 아이들이 놀이터로 나가듯 남편들이 집을 나서는 것이다.

모든 차량이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를 찾는다. “가득!” 하고 충분히 기름을 채운 차량은 주유소 밖으로 나가 힘차게 세상을 누빈다. 열심히 일하면서 다니다가 기름이 다 떨어지면 다시 주유소를 찾는다. 가족들이 매일 엄마에게서 힘을 받고 세상으로 나가 제 할 일을 하고 돌아와 다시 엄마라는 에너지를 보충 받는 모습이 주유소와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엄마는 가족들의 주유소라고 할 수 있다.

주유소에서 받은 기름이 양질의 기름이라면 차량은 가진 힘을 모두 발휘하면서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좋지 않은 기름을 받았다면 차량은 매연이 많이 날 것이다. 언덕길을 힘들게 오르거나 시동이 자주 꺼질 수도 있다. 남편이라는 차량이 밖에서 시동이 꺼지면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이들이 엄마로부터 잔소리, 홀대, 비난과 같은 나쁜 기름을 받으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말썽을 일으키거나 엄마의 속을 썩이는 일을 벌이게 된다. 

그렇다면 주유소 엄마는 기왕에 공급해주는 기름이라면 순도 높은 고급기름을 넣어 주어야 할 것이다. 좋은 기름은 바로 칭찬과 격려, 용서와 배려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이다. 가족들은 주유소 엄마가 신나도록 해서 좋은 기름이 많이 나오도록 잘 대접하고 간질여 주어야 하는 것이 할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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