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토요단상] 짧은 행복 긴 불행2019-08-02 09: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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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행복을 원한다. 대가 없이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순간순간 잊고 있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행복만 달랑 얻으려는 모습을 우리들 생활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아이나 아이 같은 어른들이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후에 올 혹독한 대가를 보지 못한 채 긴 불행의 늪에 빠지곤 한다.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 같은 신세라고 보면 적확한 비유가 된다. 코앞에 어른거리는 달콤한 미끼를 덥석 물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라 하겠다. 이와 같은 일을 당했을 때 바보라고 한다.

“골라! 골라!” 하며 구매욕을 돋우는 파격세일 장에서 매대 물건을 사면 살수록 이득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보다 먼저 이것저것 골라 사온 물건이 집에 와서는 꼴도 보기 싫어지는 경험이 더러 있을 것이다. 판매대 앞에서는 이렇게 싼 물건을 사두는 것이 매우 경제적이고 현명한 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싼 값으로 물건을 확보한 쾌거는 지난 세월 입었던 마음의 상처 하나를 보상받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랴. 싼 게 비지떡인 것을. 

버스 안에서 마주친 그대. 한눈에 ‘뿅!’ 갔다고 한다. “관심 있는 눈빛으로 자신을 이렇게 쳐다봐주는 사람은 생전 처음 본다”는 생각에 이런 이상형의 짝을 다시는 못 만날 것 같다는 강박에 이끌린다. 극구 만류하는 양가 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아뿔싸! 허니문 베이비는 들어섰는데 남편의 폭언은 시작되고 드디어 임신한 몸으로 가정폭력을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아버지의 폭력에 억눌리고 어머니의 우울한 표정과 지친 눈빛을 받으면서 자라온 자녀들이 빠져들기 쉬운 인생행로다. 

지금 당장 편한 것, 기분 좋은 것, 이득 보는 것, 스트레스 덜 받는 것, 입장 편하게 해주는 것, 부담이나 책임을 모면하게 해주는 것 등 쉽게 선택하려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볼 수도 있다. 불편함이 내가 지불해야 할 몫이라면 피하지 말고 당당히 받아내는 용심이 필요하다. 더구나 긴 행복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히 겪어내야 할 불편이라면 행복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받아내야 한다. 

오랜 기간 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개고생한다고 푸념하는 사람이 있다. 채용시험에 합격하면 영광스러운 몸이 될 텐데 “준비과정은 개고생이고 합격은 영광”이라는 생각은 도둑심보다. 개고생은 하기 싫기 때문에 고생하지 않고 영광을 얻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개고생 하는 입장이니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짧은 행복으로 유혹하면 쉽게 빠져버릴 수 있다. 쌓인 스트레스를 걷어내고 당장 위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에 짧은 행복을 물리치느라 얻게 되는 새로운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짧은 행복은 반드시 긴 불행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스트레스가 처리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은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다.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의 불행을 견뎌내기 어렵다. 행복을 준비하는 과정이 어렵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계속 불행 속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짧은 행복을 벗 삼아 길게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긴 행복을 위한 짧은 불행이라면 불행을 겁낼 필요가 없다. 합격 후가 영광스럽다면 준비하는 과정도 영광스러운 것이다. 준비과정의 어려움을 합격 후의 영광스러움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삶의 모든 순간이 의미 있고 행복하게 될 것이다. 짧은 행복 긴 불행에 빠지지 말고 짧은 불행 긴 행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오랜 기간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많은 수험생이 지구력을 소진시키기 딱 좋은 때다. 영광스러운 합격을 바라보고 긴 행복을 누릴 생각으로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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