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토요단상] 점을 빼자2019-08-02 09: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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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명인사의 특강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평소 2.8은 3에게 깍듯이 고개 숙여 대했다. 0.2가 큰 것은 넘볼 수 없는 우열의 차이라 생각하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잠잠하던 어느 날 2.8이 3 앞에 나타나 평소와는 다르게 거들먹거리면서 완전히 태도가 바뀌었다.

3이 “갑자기 나에게 왜 그러냐?”라고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그동안 나 점 뺐다”였다. 점을 빼니 2.8이 28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더 이상 3에게 굽신거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그렇다. 점을 빼자. 강력해진다. 스스로 찍은 점이 있다면 더욱 과감히 빼자. “할 수 없다”라는 점 찍힌 마음에서 점을 빼면 “할 수 있다”가 된다. “할 수 있다”를 되풀이해서 외치면 정말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리우올림픽 펜싱 에페 결승에서 박상영 선수의 “할 수 있다”라고 반복하는 입모양을 보지 않았던가! 해낸 것도 분명히 보았다. 주문처럼 끝까지 해낸 것에 대해 전 세계가 열광하지 않았는가! 

28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8로 사는 것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차라리 0.28이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28이 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28이 되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다. 원래 자신은 부족하다고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사는 소극적 태도는 점을 크게 잘못 찍고 사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할 수 없다”며 점을 찍고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가.

취업이 어렵다. 그러나 누군가는 취업을 한다. 그렇다면 내가 취업하는 그 사람이 되면 안 될 것이 무엇인가? 그 사람에게 가능하다면 나에게도 가능하다 생각하고 가능하게 만들면 된다. 필자는 1960년대에 학부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였다. 

당시 우리는 대학 졸업 후 전공분야에 마땅한 취업처가 드물었다. 그래서 불평불만을 가득 품고 다녔다.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수시로 취업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고 타 분야로 진출하려고 기웃거렸다. 그러던 중 한 선배로부터 기막힌 충고를 들었다. 전공과목을 고시 공부하듯이 공부해 보라는 것이었다. 전공분야에는 고시가 없어서 고시 준비하듯 전공을 공부해 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또는 외무고시, 기술고시 등만 고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배의 말을 듣고 보니 모든 전공에 고시가 있는 셈이었다. 고시가 없는 전공인데 전공을 고시 공부하듯 파보라고! 어떤 분야건 고시 공부하듯 한다면, 그 안에서 어딘가에는 진로의 문이 활짝 열리리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정도도 해놓지 않고 바라기만 엄청 바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우치는 것이다. 남들 하듯이 대충 하면서 남보다 앞서기를 바란다면 꿈 깨야 한다. 남들처럼 했다면 잘 돼야 남들과 같은 수준이 되는 게 당연하다. 남들이 취업을 못하는 것이 대세라면 나도 백수로 지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닌 줄 알아야 한다. 남만큼 했더니 남만큼 되었다면 딱 맞는 일이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남보다 앞서려면 앞서고자 하는 만큼 남달리 해야 한다. 현재 남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되면 그만큼 많이 남다르게 해야 남과 같아진다. 거기에서 더 해야 남보다 나아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괜히 남보다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선, 할 수 있는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대못을 박아 붙잡고 있는 못된 점을 빼는 것이다. 그 점을 빼자. 그리고 남다르게 하자. 강력해진다.
 
김영호 <사>한국가족상담협회 대구가족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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