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토요단상] 내 말은 나2019-08-02 09: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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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말을 하고 살지만 내가 하는 말이 곧 나 자신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잊기 쉽다. 말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습득한 지식과 배양한 인성과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내 감정을 반영하고 내 기술을 발휘하여 내 안에서 만들어 내놓은 실체이기 때문이다. 실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실없는 사람이요, 참말을 하는 사람은 참된 사람이다. 속에 있는 것을 다 말해야만 하는 사람은 충동조절이 취약한 사람이고, 말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은 너무 조심하고 참아야 하거나 무척 위축돼 힘들게 사는 사람이다. 자신의 말을 소중히 여기고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말을 하고 그 말을 지키지 못한다면 신용 없는 사람이다. 말하는 내용 속에, 사용하는 단어 수준에, 말 하는 모양새 안에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자신의 말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내보내지 않아야 한다. 

말을 했으면 행동으로 지키는 사람이 소중한 대접을 받는다. 약속을 했으면 약속의 내용을 말한 것이고, 말을 했으면 그 내용을 지켜야 한다.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으면 오전 10시 이전에 와 있어야 한다. 어기는 시간만큼 자신의 가치가 훼손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약속 시간에 늦은 사람에게 괜찮다고 말은 해주지만 속내가 아주 괜찮은 것은 아니다. 아주 짧은 순간에 실망의 마음이 싹 지나가기 때문이다. 몇 분 늦은 것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하지만 순간적인 판단은 ‘이 사람은 정확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물론 약속 시간을 지킬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생길 수 있다. 말을 지키지 못할 것을 안 순간 최대한 빨리 관련되는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다시 새로운 시간으로 바꿔 말해야 한다. 자신의 말을 지키려면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말을 귀중하게 여기는 것이 된다. 

글은 분명한 증거를 남기지만 말은 하고 난 뒤 음성이 사라져서 그런지 마구 쏟아내 버리기가 쉽다. 말한 자신과 이를 들은 상대방이 있어 뇌리에 남게 되는 실체로서 존재하고 작용하는 것이다. 막말을 한 후 후회된다면 다시는 막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막말로 가득 찬 자신의 속을 대면해야 한다. 막말이 반복해서 나오게 되었다면 당연히 내 속은 막말로 가득 차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막말 저장고인 자신을 소중하게 대접해 달라고 나설 수는 없을 것이다. 막말이 자기이기 때문에 막말 같은 대접이 자신에게 합당한 것인 줄 알아야 한다.

귀중한 대접을 받으려면 내 속을 귀중함에 해당하는 재료로 꽉 채워야 한다. 자신을 귀중하게 만드는 재료는 대략 두 가지 방면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그 하나는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성취 경험이다. 중요한 사람인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고, 사랑받고, 배려받고, 용서받고, 칭찬과 격려를 받는 등의 긍정적 관계 경험이 자기 안에 많이 쌓이게 되면 자기가 먼저 자신을 좋은 사람, 귀중한 사람으로 알고 계속해서 귀중한 사람이 하는 행동을 지속한다. 그러면 남들도 귀중한 사람으로 대우해주게 된다.

또 하나의 방면은 일에서 얻는 성취 경험이다. 자신의 일에서 업적을 쌓고,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의유능함에 자신감이 생기면 자신을 귀중한 사람으로 여겨서 귀중함에 상응하는 언행을 하게 된다. 당연히 상응하는 대접이 돌아온다.

내가 한 말이 그대로 내가 되어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깊이 인식한다면 모쪼록 내 속에 좋은 재료를 많이 채워 나의 말을 만드는 원료로 삼아볼 일이다. 김영호 <사>한국가족상담협회 대구가족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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