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토요단상]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2019-08-02 09: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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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를 지나 설을 앞둔 요즘 연말연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해가 바뀌고 만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첫 인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익숙한 인사말인지라 아무도 이 말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각해 봐야 할 사항이 있다.

우리가 쓰는 복(福)이라는 글자에는 곡식이 가득 찬 항아리 모양이 들어있고 이는 신이나 조상이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힘들여 농사를 잘 지어도 험악한 풍수해 한 번이면 거덜나기 일쑤이기 때문에 진인사(盡人事)하고 대천명(待天命)해야 했다. 일을 잘 해놓고도 좋은 결실을 얻지 못할 수도 있어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만 했다. 

“복 받으세요”, 그것도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은 복이 지천으로 많으니까 그냥 받아가라는 뜻이 아니다. 허락받을 수 있는 결과를 우선 만들어 놓고 끝까지 얻어 누릴 수 있도록 기원해서 받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는 “복 많이 지으세요”가 더 적절할 것이다. 복 많이 지으라는 덕담을 사용하는 사람을 더러 볼 수 있다. 

올해는 복을 많이 지을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어떤 복을 지을 것인가. 자신에게 복이 되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막연해진다. 이루어야 할 분명한 목표가 있는 경우 목표를 이루는 것이 당연히 복이 되겠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복이 되는 조건이 분명히 규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냥 좋은 것은 다 좋고 그게 복이라는 식이다. 복을 요행으로 바라는 태도밖에는 안 된다. 그저 감 떨어지기를 바라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복을 지으려면 막연하게 바라기만 하는 것보다는 실현 가능한 가까운 미래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입을 늘린다면 단순하게 ‘많이’가 아니라 구체적인 액수를 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한 액수를 설정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합당한 과정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테면 막연히 서울에 간다고 해서는 실제로 가기 어렵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 간다는 식으로 구체적이어야 헷갈리지 않고 갈 수 있다. 생활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거나 목표가 없다면 아무 일을 해도 상관 없게 된다. 

자기에게 복되는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 목표의 실현을 위해서 애쓰는 하루하루는 분명히 신나고 보람될 것이다. 다가올 미래가 자신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된다면 생각만 해도 신나게 된다. 바라는 미래, 가능성이 이루어지는 미래가 오늘을 이끌 때 신나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 힘들게 살고 재미없게 사는 사람은 가능한 내일을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가능해지도록 오늘을 살지도 않는다. 오히려 안 좋은 과거를 오늘 되풀이하면서 살아간다. 괴로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과거에 떠밀려 과거에 오염된 암울한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새해에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창출해서 가능성이 실현되는 복된 내일을 창조하는 것이다. 안 좋은 과거에 밀려 살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과거가 밀어붙이는 힘의 영역에서 빠져나와 가능성이 이루어지는 내일이 이끄는 살 만한 오늘을 살도록 해보자. 올해의 오늘들에서 복을 많이 지어서 두고두고 누리며 살아보자.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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