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토요단상] 개떡 같은 대접2019-08-02 09: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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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에서 사는 우리는 자신에게 귀중하고 중요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부모, 자식, 배우자와 같은 가족들이 우선 떠오를 것이다. 가족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중요하다. 굳이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대부분 아버지가 아니라 엄마 편에 설 것이다. 남편들은 주저함 없이 아내를 택하는 경향이지만 아내들은 남편과 자식 사이에서 갈등하며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식을 기르는 젊은 부인들은 자식을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식을 다 키운 나이 든 부인네들은 대체로 남편을 선택하는 쪽이다. 속을 썩이지 않을 경우에. 

중요한 사람이 왜 중요한지를 잘 생각해보면, 내가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 가까이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 가까이에 오랫동안 있으니 당연히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그 사람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며 살아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괴롭게 사는 사람들은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괴롭다. 마음 편히 사는 사람들은 중요한 사람과 편히 지낸다.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지 아니면 괴롭게 살아야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내가 편하게 사는 방법은 중요한 사람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손쉽게 적절히 잘 공급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중요한 사람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싶어야 한다. 내게 충분히 주고 싶게 하려면 나에게 충분히 좋은 느낌을 가지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에게 잘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잘 해준다는 것은 내가 먼저 중요한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손쉽게 잘 공급해주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사람에게는 중요한 대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사람이 되어야 할 사람이 싫고 미워하는 사람으로 지내게 되는 것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제대로 공급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까이서 긴 세월동안 그렇게 한다면 정말 짜증나고 미워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의 중요함은 사라지고, 중요한 사람을 하찮게 여기고 경멸하며 무시하는 대접이 일상화된다.

예를 들어 귀한 손님이 와서 오렌지 주스를 마시다가 흘렸을 경우, 흔히 안주인은 휴지를 우아하게 뽑아서 바닥을 닦으며 손님이 무안하지 않게 처리해 줄 것이다. 잠시 후 손님이 가고 자녀가 주스를 마시다가 흘린다면 그때 이 엄마의 모습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손님에게 보인 우아함이나 배려는 간 곳 없고, 한심한 눈빛과 실망한 언사와 나무람이 뒤따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실수를 잘 넘겨주고 말끔하게 뒤처리를 해 주는 것은 귀중한 손님에 대한 귀중한 대접이 된다. 사소한 실수도 그냥 넘겨주지 않고 추궁하고 문책하는 대접은 중요한 사람에게 해당하는 대접이 아니다. 

개떡 같은 대접이다. 실제로 개떡 같은 대접을 받는 사람은 개떡 같은 사람이다. 내 자식이 개떡 같은 대접을 받는다면 개떡 같은 자식이고 그의 엄마는 개떡 같은 엄마가 될 것이다. 개떡 같은 아이와 개떡 같은 엄마가 사는 집구석은 개떡 같은 집안이 될 것이다. 중요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귀중한 대접을 해야 한다. 말로만 귀중하네, 중요하네 하면서 해주는 실제적인 대접이 개떡 같은 경우가 허다하다.

방학 동안에 아이에게 해준 대접은 어떠했는가? 평소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어떻게 대접하는가? 귀중하고 중요하다는 말과 생각이 같도록 귀중한 대접으로 지금 당장 바꾸자. 내가 가족에게 하는 대접이 내가 살아갈 집의 열쇠가 된다.
김영호 <사>한국가족상담협회 대구가족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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